I. 산란계 산업의 정책 및 규제 환경 변화

1. 산란계 사육면적 기준 확대 유예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강화된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기준(마리당 0.075㎡) 적용이 2027년 8월 30일까지 유예되었습니다. 이는 급격한 규제 적용 시 예상되는 사육 마릿수 감소(19.3%)와 계란 가격 급등(33.1%)을 방지하고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케이지 단수를 12단까지 허용하는 등 생산 기반 확대를 지원할 방침이지만, 2027년 9월부터는 행정처분이 대폭 강화될 예정입니다.

2. 계란 산지 가격 발표 제도 개편

최근 계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생산자단체 중심의 가격 발표를 '깜깜이 가격'으로 규정하고 투명성 강화에 나섰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산란계협회의 담합 혐의를 조사 중이며, 정부는 장기적으로 생산자 고시 제도를 폐지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 중심의 가격 발표 체계로 일원화하여 유통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3. 산란계 비과세 기준 형평성 문제

현행 소득세법상 산란계 사육 농가의 비과세 기준은 15,000수 이하이지만, 실제 평균 사육 규모는 70,000수를 넘어 현실과 괴리가 큽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농가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고 현실적인 경영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비과세 기준을 50,000수까지 확대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4. 계란 이력제 도입 논란

업계에서는 계란 껍데기에 산란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 등이 이미 표시되고 있어 추가적인 이력제 도입은 중복 규제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시스템 관리 비용이 결국 유통 비용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II. 국내외 시장 변화 및 동향

1. 계란 수급 동향

현재 국내 계란 시장은 질병, 폭염, 사육 기준 강화 등의 여파로 생산 균형이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특히 산란율이 높은 젊은 닭(최성계) 비율은 낮은 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계(71주령 이상) 비율이 30.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총 사육 수량 대비 계란 생산량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다만, 사육면적 단속 유예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단기적인 공급 충격은 완화되어 가격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글로벌 사육 방식의 변화 (케이지 프리)

전 세계적으로 동물 복지를 중시하는 케이지 프리(Cage-Free) 사육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2년부터 일반 케이지 사육을 금지했으며,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도 케이지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케이지 프리 계란은 아직 전 세계 시장의 약 2%를 차지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와 맞물려 그 비중은 빠르게 확대될 것입니다.

3. 일본의 사례

글로벌 추세와 달리, 일본은 여전히 케이지 사육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는 날계란을 섭취하는 고유한 식문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일본 시장은 동물 복지보다 살모넬라균 예방 등 위생적 관리와 가격 안정성을 우선시하며, 계란과 분뇨가 분리되는 케이지 사육이 더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III.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농가 경쟁력 확보 전략

1. 경영 지표의 정립 (HH 지수)

농장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별 산란율(HD)이 아닌, 입식한 닭 한 마리가 도태될 때까지 총 몇 개의 계란을 생산했는지를 나타내는 산란 지수(HH, Hen House)를 핵심 경영 지표로 삼아야 합니다. HH 지수는 폐사율까지 반영된 누적 생산성 지표이므로, 농장 전체의 경영 성과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2. 정밀 영양 및 사양 관리 (Phase Feeding)

미래 농장의 경쟁력은 정밀한 영양 관리에 달려있습니다. 단순히 조단백질 함량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소화·흡수되는 아미노산과 에너지 수준의 균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아미노산 중심의 사료는 단백질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여 여름철 열 스트레스(Heat Stress)를 완화하고, 질소 배출량을 감소시켜 환경 부담을 줄입니다. 또한, 왕란 생산에만 치중하기보다, 생산 주령에 맞춰 영양소를 조절하는 'Phase Feeding(단계별 영양 공급)'을 통해 사료 효율을 극대화하고 적정 난중을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 향상의 핵심입니다.

3. 외부 전문 솔루션 활용

천하제일사료와 같은 전문 파트너들은 농가의 수익 보전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질소저감사료 사용을 통해 정부의 직불금 수령(200원/수/년)을 지원하고, 자체 중앙연구소의 R&D 역량과 광범위한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농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산란계 산업은 강화되는 규제와 시장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육면적 기준 강화, 가격 결정 방식의 투명화 요구, 글로벌 케이지 프리 확산 등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농가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단기적인 생산량에 연연하기보다 HH 지수와 같은 장기적인 생산성 지표를 통해 경영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Phase Feeding과 같은 과학적 사양 관리를 도입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동적인 자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갈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