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5년 한돈 산업 시장 동향 및 전망
2025년 한돈 산업은 사육두수 감소에 따른 공급량 부족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높은 돈가가 형성되는 '기회'와, 각종 질병과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라는 '위기'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 사육 및 도축 동향: 공급 감소 본격화
- 사육두수 감소세 지속: 2025년 6월 기준, 국내 총 돼지 사육두수는 1,089만 6천 두로, 전성기였던 2017~2018년의 1,130만 두 수준에 비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지속적인 질병 문제와 환경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 월별 도축두수 감소: 2025년 월별 도축두수는 지속적으로 전년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육성/비육돈 사료 생산량 또한 2025년 들어 전년 동월 대비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는 향후 출하될 돼지 수가 줄어들 것임을 시사합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육성률이 역대급으로 저조할 것으로 예상하며 공급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높은 폐사율이 공급 감소의 주원인: 한돈팜스 2,620개 농가 기준, 한 달에 포유자돈 18만 마리, 이유 후 자돈 22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높은 폐사율이 출하두수 감소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나. 돈육 수급 및 가격 전망: 강세 유지 예상
- 돼지고기 자급률: 2025년 돼지고기 자급률은 73.7%로 전망됩니다.
- 수입량 감소: 2025년 돈육 수입량은 8월 누계 기준 전년 대비 9.2% 감소하여 국내 공급량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 역대 최고 돈가 기록: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은 돈가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7월 평균 돈가는 6,601원/kg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500원/kg 상승했으며, 6월부터 8월까지의 평균 돈가는 6,842원/kg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돼지 한 마리당 약 4만 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 수준입니다.
- 향후 전망: 국내 사육 및 도축두수 회복이 더디고 수입량도 줄어든 상황에서, 당분간 돼지고기 공급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2025년 하반기 및 2026년 초까지 높은 수준의 돈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한돈 산업의 주요 위협 요인
높은 돈가에도 불구하고, 한돈 산업은 질병, 기후 변화, 생산성 저하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 생존을 위협하는 질병 리스크
- 고병원성 PRRS의 확산: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은 더 강력해진 형태로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모돈 폐사율과 유산율이 높은 NADC 34 like 변이주가 확인되는 등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 상재 질병의 피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PED(유행성설사병) 역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질병 감염 시 돼지는 사료 섭취량이 줄고 사료요구율은 나빠지며 출하일령이 최대 한 달까지 지연되는 등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합니다.
나. 기후 변화: 새로운 차원의 위협
팜스코 이미주 수의사는 기후 변화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위협 요인이 되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기후 변화는 돼지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질병 발생 양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 폭염과 폭우의 직접적 영향: 고온다습한 환경은 돼지의 체온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이로 인해 위궤양이나 폐렴 발생이 증가합니다. 특히 PRRS나 PCV2 같은 바이러스 감염 시 피해가 훨씬 커집니다. 여름철 폭염은 돼지의 사료 섭취량을 급격히 떨어뜨려 출하일령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높은 습도는 곰팡이와 세균 증식을 유발하여 대장균증, 살모넬라 등 소화기 질병의 위험을 높입니다.
- 질병 매개체 증가 및 신종 질병 출현 가능성: 기온 상승으로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만 서식하던 모기, 진드기, 파리, 쥐 등의 서식지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ASF, PRRS, 일본뇌염 등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덥고 습한 날씨는 사료나 물에 곰팡이가 피게 해 마이코톡신(곰팡이독소) 위험을 높입니다. 기후 변화에 적응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래의 양돈 농가는 변화하는 기후 환경에 맞춰 돼지가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물과 사료'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질병 예방과 생산성 향상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다. 낮은 생산성: 국제 경쟁력 약화
한국 양돈 산업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모돈 한 마리가 1년에 낳는 이유자돈수(PSY)와 연간 출하두수(MSY)가 현저히 낮습니다. 또한, 고기 1kg 생산에 필요한 사료량을 의미하는 사료요구율(FCR)도 3.22로 유럽 평균 2.78에 비해 매우 높아 생산비가 많이 드는 구조입니다. 이는 긴 출하일령과 높은 폐사율이 주요 원인으로, 생산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3. 지속 가능한 한돈 사업을 위한 제언
세미나에 참여한 3사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위기 극복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생산성 개선과생산비 절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가. 기본에 충실한 농장 관리
- 철저한 위생 관리: 농장 수익은 위생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돼지 운송차량, 출하대, 돈사의 3대 위생 관리가 핵심입니다. 세척 시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면 병원체 검출률을 크게 낮추고 돼지의 성장(일당증체량)을 개선해 두당 약 6,000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한 관리: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온도, 사료량, 음수량, 체중 등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자동 급이 시스템(ESF)과 같은 스마트 장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여 개체별 정밀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없는 환경 조성: 돼지는 환경 변화에 민감합니다. 특히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는 생산성에 치명적입니다. 냉방시설과 시원한 물을 충분히 공급하고, 사료가 비지 않도록 야간에도 급이하는 등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나. 유전 능력의 극대화
- 우수한 유전자 선택: 돼지의 성장 속도(일당증체량)와 사료효율 등 주요 경제 형질은 유전력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성장이 빠르고 사료효율이 좋은 우수한 아비 돼지(웅돈)의 정액을 선택하는 것이 출하일령을 단축하고 생산비를 절감하는 출발점입니다. 선진AI센터의 두록은 90kg 도달 일령이 전국 평균 대비 9.1일 빠르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 고품질 정액의 중요성: 우수한 유전 능력이 후대에 온전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활력 있는 정자가 필수적입니다. 웅돈의 연령, 정액의 품질(활력도, 기형률 등)을 CASA 시스템과 같은 장비로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 다산성 모돈의 잠재력 실현
최근 다산성 모돈 도입이 늘었지만, 단순히 새끼를 많이 낳는 것(다산성)이 높은 생산성(PSY)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유전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고능력 모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후보돈 시기부터 체계적인 영양 및 사양 관리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임신 초기(1~30일)와 분만 전후(전환기)의 정밀한 관리가 자돈의 균일도와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 시기입니다.
2025년 한돈 산업은 높은 돈가라는 전례 없는 기회를 맞이했지만, 동시에 질병, 기후 변화, 낮은 생산성이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돈가에 의존하기보다 농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수한 유전자를 기반으로, 데이터에 근거한 정밀한 사양 관리와 철저한 위생 관리를 실천함으로써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농장만이 미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지금 돼지는 돈 돼지'라는 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농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